전통의 아름다움을 고스란히 전하는 규방공예 모시 다포(茶布) 만들기

천오백 년이라는 세월 동안 우리네 삶 속에서 시원한 바람이 되어준 모시는 소박하면서도 품격 있고 정갈하면서도 화사함이 넘치는 전통 옷감입니다. 여름을 느끼고, 시골집 툇마루를 떠올리며, 고즈넉한 산사의 바람을 그리게 하는 모시 한 자락. 바야흐로 모시를 꺼낼 계절입니다.

Q. 필명 및 가족소개

- 조각보 / 바둑을 좋아하는 남편, 앳되고 착한 딸과 함께 살고 있습니다.

Q. 나로 말하자면?

- 집 꾸미기를 좋아해 지인들의 집 꾸미기까지 거드는 오지랖 넓은 50대이자 결혼 25년차의 주부입니다. 조각보 작가, 강사, 인테리어 코디네이터 등 여러 방면에서 활동하고 있지요. 각종 규방공예품과 인테리어 소품을 판매하는 온라인 샵 '조각보갤러리(www.wrapcloth.com)'와 동명의 블로그(http://blog.naver.com/wrapcloth)도 함께 운영하고 있답니다.

Q. 평소에 관심있는 분야는?

- 조각보 바느질, 여행, 친교, 인테리어 시공, 차(茶)와 예절

Q. 조각보의 매력은 무엇인가요?

- 20세기 최고의 추상화가 몬드리안의 작품과 흡사한 조각보는 환상적인 색채비율과 공간미학이 살아있는 일상 속 예술 작품입니다. 한땀 한땀 정성으로 바느질해 조각보를 짓다 보면 마음의 안정과 삶의 여유를 찾게 됩니다.

Q. 지엔느로서 앞으로의 각오!

- 주변을 아름답게 가꾸는 일에 일조하며, 항상 지엔느를 명예롭게 하는 일에 앞장설 계획입니다. 늘 노력하며 저의 일과 가정, 지엔느라는 세 개의 뜰을 아름답게 가꿔 나가겠습니다.

이름만 들어도 옛 멋이 물씬 풍기는 모시는 모던한 인테리어에도 잘 어울리는 소재입니다. 아스라이 비치는 투명함, 나무 그늘을 드리운 듯한 청량함, 까슬까슬하면서도 시원한 촉감까지. 집 안에 모시를 더하면 간결하면서도 우아한 분위기가 절로 자아나지요. 예로부터 모시는 여름 한 철에만 내놓는 천이었습니다. 날이 추워지면 바느질이 잘되지 않고, 사용하더라도 꺾여 부스러지기 때문이지요. 후덥지근한 공기가 겨우내 꾸둑꾸둑했던 모시베에 적당한 탄력을 줘야만 고집 센 모시베가 바늘을 받아들이고 사용하기 편할 정도로 부드러워집니다. 그래서 여름은 그 옛날 규방 아낙들에게도, 저 자신에게도 ‘모시 바느질의 계절’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일상에서 모시를 활용하는 방법은 다양하지만, 오늘은 누구나 쉽게 익힐 수 있는 모시 다포(茶布) 만드는 법을 알려 드리고자 합니다. 다기를 덮는 용도로 쓰는 다포. 이 여름 모시로 다포를 만들어 사용한다면 차 한잔의 여유가 더욱 향기롭게 다가올 것 같습니다.

Tip. 옛 여인들의 창조적 에너지를 느낄 수 있는 '규방공예'

규방공예란 아녀자들이 거처하는 규방을 중심으로 행해지던 바느질 공예이자 예술행위였습니다. 주로 궁과 양반가문에서 할머니가 엄마에게, 엄마가 딸에게 전수하던 생활의 지혜이자 창의성의 발로였지요. 규방공예품의 아름다움은 오늘날까지도 인테리어 소품의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습니다.

STEP1 모시 다포 만들기의 첫걸음, 쌈솔 바느질

모시 바느질은 일반적인 수준의 바느질에 비해 까다롭습니다. 다포, 조각보 등의 규방공예품은 시접을 감추기 위해 뒷감을 대는 대신 ‘쌈솔’이라는 특수한 솔기 처리법을 씁니다. 쌈솔은 각 조각의 시접을 서로 맞물리도록 해 꿰매 올이 풀리지 않게 하면서 천을 이어 붙이는 기법인데, ‘싼다’는 뜻으로 그런 이름이 붙었습니다. 천 두 조각의 시접을 맞물려 놓고 앞뒤로 감침질해 한 겹의 천을 만드는 거지요. 그럼 모시 다포 만들기의 기초 단계인 쌈솔 바느질을 배워보실까요?

• ① 광목이나, 모시를 1cm시접으로 봉제합니다. 그 후 한쪽 시접을 그 폭이 3mm나 5mm 되게 잘라냅니다. 손 감각으로 잘라야 하겠지만 일정한 폭으로 자를 자신이 없다면 3mm 또는 5mm로 퀼트용 시접 자를 이용하여 선을 그어놓고 자르면 됩니다. 초보자는 5mm 폭으로 선을 그어놓고 그 폭으로 잘라줍니다.
• ② 1cm 폭의 시접이 5mm 폭(또는 3mm)의 시접을 덮게 하고 다려줍니다.
• ③ 1cm 폭의 시접을 반으로 접어 5mm 폭(또는 3mm)의 시접을 감쌉니다.
• ④ 폭이 일정하도록 잘 신경 쓰며 다려줍니다.
• ⑤ 반대편 자락의 천을 쌈솔한 시접과 높이가 같게 꺾어 세운 뒤 감침질합니다.
• Tip. 감침질이란? 옷단이나 시접의 가장자리를 처리할 때 쓰는 바느질법으로 가장자리나 솔기를 실올이 풀리지 않게 용수철이 감긴 모양으로 꿰매는 기법입니다.
• ⑥ 뒤쪽을 보면 재봉한 바느질 선과 꺾어 감침질한 두 개의 선이 보입니다.
• ⑦ 앞면은 점을 똑똑 찍어놓은 것 같은 바늘땀이 보입니다. 앞뒷면이 똑같이 표현되는 쌈솔 바느질 방법도 있지만, 오늘 우리가 배운 쌈솔 바느질은 앞뒷면이 분명히 구분되는 방법입니다.
• ⑧ 다른 조각을 또 이을 때는 앞면과 앞면이 마주 보게 해서 재봉틀이나 손으로 박음질하면 됩니다. 이때 꼭 앞면과 앞면이 마주 보게 해서 봉제해야 한다는 점을 잊지 마세요.
• Tip. 모시베 구매하기 원래 모시는 누르스름하거나 연둣빛을 띠는데 표백을 거듭할수록 백옥 빛에 가까워집니다. 서울 종료 예지동 광장시장의 직물가게 등에서 살 수 있습니다. 중국산은 1마에 6천원에서 1만원, 한산 모시는 이보다 5~10배 비쌉니다. 광장시장은 도매 시장이라 주로 필 단위로 파는 경우가 많은데, 작은 단위의 재료를 사려면 인터넷 쇼핑몰을 이용하면 됩니다.

STEP2 쌈솔 바느질로 만드는 모시다포

준비물 : 모시베, 가위, 퀼트용 시접자, 견봉사, 퀼트용 아프리케실, 바늘, 수성펜, 핀 등

• ① 1cm 시접으로 폭이 32cm인 모시베 두자락을 봉제합니다.
• ② 한쪽 시접을 3mm 정도 남기고 잘라줍니다. 초보자는 폭 1cm 시접으로 폭 3mm 시접을 감싸고, 퀼트나 규방공예 바느질 경험이 있는 분이라면 한쪽을 폭 3mm, 다른 쪽을 폭 7mm 되도록 시접을 둘 다 잘라주세요. 솔기는 가늘수록 예쁩니다.
• ③ 그 후 넓은 쪽 시접(7mm)을 반으로 접어 좁은 쪽 시접(3mm)을 감쌉니다.
• ④ 쌈솔한 쪽과 반대편 자락이 평행이 되게 모시베를 꺾어 쥐고 감침질합니다.
• ⑤ 가운데 솔기를 중심으로 양쪽이 대칭되게 가로 64cm, 세로 52.5cm로 재단합니다.
• ⑥ 가장자리를 시접 1cm가 되게 접고 다림질합니다. 그러면 가로 60cm, 세로 48.5cm의 민자 보자기가 완성됩니다.
• ⑦ 이때 네 귀퉁이가 너무 두꺼워지므로, 접힌 네 귀퉁이를 다시 펼쳐 사방을 1.5cm*1.5cm 씩 잘라내고 다시 접어 다립니다
• ⑧ 7의 사면을 꺾어 세워 견봉사로 감침질합니다.
• ⑨ 하늘색 수성펜으로 위아래, 좌우 대칭이 되게 사방 8cm*8cm의 네모를 가로 쪽에 5개, 세로 쪽에 4개, 전부 20개가 되게 그려줍니다. 이때 주의할 점은 가운데 한 줄로 길게 이어진 솔기의 폭(약 5mm)은 제외하고 그려주어야 한다는 점입니다. 네모 속에 대각선도 그려줍니다.
• ⑩ 다포의 하늘색 선을 접어 아프리케실로 1mm 아래에 곱게 홈질 또는 감침질합니다. 이 바느질법을 꼬집기라고 합니다. 감침질할 때는 견봉사를, 홈질 때는 아프리케실을 사용하는 것이 예쁩니다. 아프리케실은 두껍지 않으면서도 비교적 질겨서 꼬집기를 하기에 적당합니다. 꼬집기 할 때는 뒷면에 되도록 매듭이 적은 것이 예쁘니 실을 1.5m 정도의 길이로 길게 써주세요.
• ⑪ 꼬집기를 다 마치면 분무기를 이용해 수성펜 자국에 물을 뿌려 하늘색을 없앱니다. 그러면 섬세함과 깊은 멋을 자랑하는 모시 다포가 탄생합니다.

완성된 모시 다포의 모습입니다. 은은하게 빛을 투영하는 모습이 아름답습니다. 손바느질에는 빠른 재봉틀로 눌러놓은 천에서는 보지 못할 정감과 따스함이 담겨있습니다. 오늘배운 쌈솔 기법을 이용하면 다포뿐만 아니라 다양한 덮개나 깔개, 문발 등을 만들 수 있습니다. 다양한 작품을 만들어 훗날 딸과 며느리에게도 물려줄 수 있는 명품 조각보를 만들어 보는 건 어떨까요? 조상들의 지혜와 미학이 깃든 전통문화인 규방공예를 용용하면 여러분의 일상이 더욱 풍요로워질 것입니다.

STEP3 Mini Gallery 규방공예가 조각보의 모시 작품

모시조각옷보

과거 옷을 싸던 용도로 사용하던 옷보는 현대에는 주로 여름 인테리어에 청량감을 부여하는 발로 이용하고 있습니다. 모서리에 끈을 달아 매듭에 드는 천을 절약한 조상의 지혜가 담긴 모시조각옷보입니다.

옥사3땀상침조각보

예로부터 상을 덮을 때 이용하던 상보는 그 미학적 아름다움이 빼어나 최근에는 액자에 넣어 벽을 꾸미는 용도로 많이 사용하고 있습니다. 두겹의 옥사(여름비단)천을 겹쳐 만든 겹보이며 3땀상침이라는 바느질기법으로 마무리했습니다. 애기똥풀, 밤 피, 장미 등으로 자연 염색을 더해 은은한 아름다움이 느껴지는 작품입니다.

화문조각보

플라워 패턴이 돋보이는 화문조각보. 조각보를 장식하고있는 꽃 무늬는 사찰의 문살에서 많이 찾아볼 수 있는 우리의 전통 문양입니다.

옥사조각보

천연 재료인 쪽, 밤 피, 호토 외피 등으로 염색한 작품입니다. 사진처럼 깔개로 이용하거나 액자에 넣어 벽을 장식하는 용도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그 밖의 작품들